“이 불이 천상을 움직이는 것이죠”

세발심지에 정성을 쏟는 남자 박노갑

하주성 국장 | 기사입력 2012/04/12 [12:56]

“이 불이 천상을 움직이는 것이죠”

세발심지에 정성을 쏟는 남자 박노갑

하주성 국장 | 입력 : 2012/04/1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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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낙지’라는 말을 들어보았지만, ‘세발심지’라는 처음 듣는데요.”

 

▲ 악사 박노갑(남, 49세 연무동 거주)
우스갯소리로 사무실 사람들에게 세발심지가 무엇인지 아는가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하기야 일반인들이 세발심지를 알 턱이 없지 않은가? 굿판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4월 11일 의정부에 자리한 한 굿당. 내림굿을 준비하고 있는 자리에서 한 남자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이 날 내림굿은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 거주하는 정아무개(남, 42세)가 신내림을 하는 자리였다. 정아무개는 이미 신병이 깊어져, 사람들에게 아는 소리를 할 정도로 깊은 무병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이 내림굿판에 음악을 맡아 자리에 동석한 박노갑은, 흔히 ‘어정’이라고 하는 굿판에서 피리와 호적을 담당하는 악사이다.

 

세발심지는 인간의 정성을 하늘로 올리는 것

 

한지를 가늘게 꼬아 세발심지를 만들고 있는 박노갑(남, 49세. 수원시 연무동 거주) 흔히 굿판에서는 이 세발심지와 불사전, 그리고 제석고깔을 한지로 만든다. 그런 것들을 한지로 만들고 있는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 한지를 꼬아 만드는 세발심지

 

▲ 한지를 말아서 실처럼 꼬아만든다

 

“수양아버지(수원시 팔달구 지동 거주 고성주)께서 굿판에 다니는 악사가 되려면 이런 것들부터 굿판의 내력을 다 알아야한다고 늘 말씀을 하셨죠. 가위 하나로 다 만들 수 있는 굿판의 이런 기물들이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런 하나하나가 모두 신령님들을 위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이죠.”

 

굿판에서 세발심지는 모두 16개를 사용한다. 안당제석상에 1개, 본향상에 3개, 그리고 천궁맞이상에 12개를 놓는다. 본향상에 3개를 놓는 이유는 부모님의 본향과 자신의 본향을 상징한다. 그리고 천궁맞이상에 12개는 굿에서 흔히 나타나는 12신령을 상징하는 것이다.

 

▲ 천궁맞이 상에 놓인 세발심지

 

▲ 세발심지에 불을 붙여 인간의 마음을 신령들에게 전한다고

 

“이렇게 한지로 만드는 사소한 것 같은 세발심지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죠. 아마 그냥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만드는 방법만 알았다고 하면, 마음속에 정성을 없을 것입니다. 수양아버지께서 그런 의미 하나하나를 알려주셨기 때문에, 이 작은 세발심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죠.”

 

박노갑의 이야기로는 이렇게 세발심지에 불을 붙여, 그 불이 하늘로 열기를 전해 신령들이 감응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작은 한지로 만든 이 세발심지가 상당히 깊은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3이라는 숫자는 우리민족의 숫자

 

▲ 4월 11일의 내림굿 현장
왜 굿판에서 세발심지를 사용할까? 세발심지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굿판에서 사용하는 세발심지를 만들어 온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회장의 말이다.

 

“세발심지라는 것은 그 의미가 상당히 깊습니다. 두발도 서고, 네발로 만들어도 섭니다. 그러나 세발심지는 우리의 전통적인 3이라는 숫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삼족오, 삼정승, 삼불제석 등 3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화합입니다. 예전에 화로를 보아도 다리가 셋이 달려있습니다. 삼족형 화로는 그 다리가 하나만 없어져도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 개의 다리가 하나의 목적, 즉 서 있어야 하는 목적을 갖는 것이죠. 세발심지는 바로 그런 3이라는 숫자의 결정판입니다.”

 

결국 굿판에서 사용하는 세발심지의 의미는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또한 이 세발심지를 태움으로써 굿판에 모든 잡귀를 물리치기도 한다는 것.

 

“세발심지를 만들어 굿을 하다가 보면, 무엇인가 불을 타는 것만 보아도 이루어질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재주를 배웠다는 것이 행복하죠. 남들은 이런 사소한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전통 하나를 익혀 지켜간다는 것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죠.”

 

세발심지를 만드는 남자 박노갑. 스스로 세발심지를 만들면서 자신의 마음을 그 심지에 태워 신령에게 올린다고. 그것이 자신이 세발심지를 만들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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