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인 안희두

시조로 수학을 노래하다 1

정흥교 기자 | 기사입력 2017/06/26 [15:31]

수학 시인 안희두

시조로 수학을 노래하다 1

정흥교 기자 | 입력 : 2017/06/26 [15:31]
/div>

[수원인터넷뉴스] 1987년 무한대(), 시그마(), 집합, 명제, 조건문, 제곱근풀이, 인수정리, 통분 등 수학용어를 시 제목으로 사용한 시집 뫼비우스의 띠를 드립니다를 출판해 화제를 모았던 안희두 시인이 이번에는 13명 수학자들의 삶을 시조로 노래한 ! 뚫렸다 참 아름다워요를 출판했다.

 

 

Q : 시조 전집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시집 제목 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나요?

 

A : ‘수학의 줄임말이죠. 단어의 첫 음절만을 따서 줄여 쓰던 것을 넘어 더 짧고 더 압축한 신조어로 사랑받는 그야말로 최근 줄임말의 대표주자이죠. 기성세대에겐 다소 생소하겠지만, 젊은 층에겐 신선한 맛도 나리라 생각해 책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Q : 그렇다면 솩! 뚫렸다는 한국 중고교 교실에서 학생 절반이 수포자라거나 수학의 붕괴니 하는데, 깜깜한 교실에 전깃불을 켜주듯 속 시원히 뚫어준다는 뜻이군요.‘

 

A : 사실 수학은 하나를 깨우치면 열을 터득하는 과목이죠. 열까지 손꼽아 헤아리기가 어렵지, 일단 스스로 셀 수 있게 되고 숙달되면 어느 날 백, 천까지 셀 수 있듯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 소설책 읽듯이 술술 풀어가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지요.

 

Q : 책머리 시인의 말에 나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열도 못 세는 바보였다.”고 했는데 사실이겠죠.

 

A : 저는 어려서 잦은 병치레에 시달렸고 입학할 때까지 이름도 쓸 줄 몰랐어요. 입학 후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열을 헤아렸고, 자신감이 붙어 금방 쉰까지 셀 수 있었지요.

 

Q : 결국 책 제목은 수학에서 깨달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내용인가요?

 

A : 그렇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수학은 노력한 만큼 정답을 구한 쾌감과 동시에 시험에서 점수로 보답을 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저는 수학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1999년 봄날 경기도교육청 주관 수원시 수학경시대회가 열리던 날 중1의 지현이가 시험이 종료되고 팔짝팔짝 뛰어나오며 담당선생님에게 외친 말을 절대 잊지 못해요.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수학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어요. 여섯 갠 깨끗이 풀었어요, 정말로 정말로요.”

 

그리고 채점위원들의 후일담은 흠잡을 곳 없이 정답에 아주 가까운 멋진 풀이였다고 합니다. 지현이는 2, 3학년 높은 벽을 뚫고 수원시 대표단에 합류해 경기도대회에 출전했죠.

 

Q : 이 시집의 대표작품으로 첫 번째 시 수학은을 꼽아도 될까요?

A : . 2연을 잠시 낭송해 볼게요.

 

공집합()

어디에나 부담 없이 뛰어놀 듯

점수의 고삐 풀고

묵정밭을 갈아갈 때

수학은

우주의 신비를 풀어

희망을 꽃 피운다

 

시험에 대한 고통 없이 연속극을 보듯 수학을 공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학문은 인류의 기억과 반복 속에 우리의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발달했고, 나아가 우주의 신비도 풀어가고 있는 것이겠죠.

 

Q : 이번 수학시조집의 구성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A : 131편의 191수의 시조를 5부로 나누었죠.

1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읊조린 내용으로 28연 시조를 6수에 담았습니다.

2부는 20편으로 새들도 수를 헤아리듯 원시 인류도 하나, , , 수의 개념을 터득하며 인지하고 숫자로 표현하기 시작하다 불편함을 깨닫고 단위가 생겨나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속에 발전되는 과정을 노래했죠.

 

 

3부는 36수에 58개의 연시조에 3명의 수학자인 탈레스와 피타고라스, 유클리드를 내세워 수학이라는 학문이 열리는 과정으로 살펴보았네요.

그리고 제4부는 29편의 시조에 아르키메데스와 에라토스테네스, 아폴로니우스, 디오판토스 등 4명의 수학자를 동원해 앞에서 펼쳐진 수학을 응용하여 우주의 신비를 푸는 과정을 담았어요.

 

마지막 제5부는 40편의 시조에 5명의 수학자 페르마, 오일러, 가우스, 드 모르간, 벤 등의 근대 수학 발달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 했어요.

 

Q : 수학책이면 몰라도 시조집에서 수학자를 만난다, 상상이나 할 수 있나요?

 

A : 지금까지는 수학자 하면 수학책에서나 볼 수 있었죠. 물론 수학용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학 교과서에나 볼 수 있겠죠. 인터넷에서 공집합을 검색하면, 특히 뉴스분야에서 살펴보면 공집합이 아닌 교집합개념을 잘 못 인용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죠. 수학용어인 확률이나 통계, 함수 등은 일상용어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유시나 정형시에서 수학용어의 사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Q : 이번 시조집에 출연하는 수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싶네요. 우선 탈레스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 탈레스는 그리스의 현인으로 기원전 624년경 태어나 기원전 546년경에 죽었지요. 이솝 우화 꾀 많은 당나귀 편에 나오는 상인이었죠(탈레스 1). 이집트에 갔다가 파피루스를 접하고 학문에 뜻을 세워 그리스 고대 기하학을 정립합니다. 무엇보다도 증명이라는 도구를 인류에게 선사한 인물이지요.

 

▲ 탈레스 인터넷자료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의 발견보다

이등변삼각형 밑각이 같다는 증명이 더 위대하다고

철인(哲人)의 명예를 치켜들고 칸트는 설파했다

탈레스5 이등변삼각형의 밑각은 서로 같다

 

2600여 년 전 철인이 깨우친 고물로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기초 수준이지만 어려운 수학을 열어가는 디딤돌이 되죠. 그래서 칸트(1724 ~ 1804)1488년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의 발견보다 이 증명법의 발견에 멋지게 박수를 보냈던 겁니다.

 

▲ 인터넷자료

 

Q : 탈레스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시죠?

 

A : 밤길을 거닐면서 밤하늘을 관측하다 / 시궁창에 빠졌는데 노파가 놀려댄다 / 자신의 발밑도 모르면서 하늘을 어찌 알랴(탈레스 6)

노파의 놀림에 하늘을 관측하여 올리브 풍년을 예견하고 착유기를 사들여 떼돈을 벌고서 하는 말이 가관이죠. ‘학자도 마음만 먹으면 부자 된다를 간단히 보여주었습니다.

 

요즘은 일식이나 월식을 한다고 방송에서 떠들어도 바쁘다 보니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마땅한 관측기구도 없던 아득한 옛날, 신의 영역인 일식을 예언한다는 것은 웬만한 명성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을 겁니다. 그런데, 일식이 일어난 후 비참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다가옴까지 예측을 하였다니 얼마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현인 중 현인이라 따르고 믿었을까 생각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